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감정이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실망이라 함은 기대를 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마음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넷플릭스 영화 "그는 야구장에 갔다"를 보며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온 남자가 가장 하고 싶은일은 콜라를 마시는 것이었다. 2004년 영천에서 훈련받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도 바로 시원한 콜라를 마시는 것이었다. 상황은 다르나 느끼는 감정이 같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공감하는 말이 맞네.
책속의 한문장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가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는.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실망시킬 테지만 우리 평균점을 찾아가보지 않겠냐는 말…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갖는 부정적인 감정은 차라리 당연하다.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주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앵글에서 모두에게 완벽한 피사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건 지옥의 시작일 테다. 대신 생긴 대로 살아가다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은 사금처럼 귀하다.
살다 보면 부득이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이들은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를 관찰해주고, 그걸 토대로 내 성향을 점선으로나마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밑그림이 나의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 나는 무장해제되곤 한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기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 또한 열심히 점선으로 상대를 스케치해본다. ‘이곳이 예민하겠지’, ‘이곳을 흥미로워하겠지’ 하면서. 그리고 이런 식으로 그려지는 사람의 모양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기에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이 섬세한 과정을 퉁치는 말이 ‘배려’인 것 같다.
그러나 ‘종이 변태’ 에피소드나 〈저녁하늘〉 일화를 통해 내가 배운 건,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즉 상황의 싱크로율이 같지 않더라도, 심지어 전혀 겪지 않은 일이라 해도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감을 사는 일인 것이다
익숙해져서 더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지만, 점점 더 악화되어가는 상태…. 습관적으로 툭툭 내뱉는 표현을 의심해보면 조금이라도 빨리 바로잡는 게 좋은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부적절한 것들에는 중독성이 있으며 중독성이 있는 것들은 습관이 된다는 사실이다. 최대한 멀리하되, 부득이 이를 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나쁜 것들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굳이 상기하며 마무리짓는 것을 내 뒷담화의 룰로 정의해본다.
주는 자가 받은 이를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온 시간이 선물 받는 이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듯, 조언도 그렇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어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밷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하물며 몸에 좋다는 쓴 약도 캡슐에 담아 삼키는 마당에, 말에도 그만한 정성은 들여야 할 것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선행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부록처럼 딸려온다.
조심성
제가 50대 이상의 어른들을 보면서 뭔가 근사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그게 의외로 좀 수줍어 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수치심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게 생각보다 나이가 들면서 약간 무뎌지는 부분이잖아요. 눈치라는 게 조심성이기도 하니까, 뭔가 남들 시선을 너무 걱정해서도 안 되겠지만, 적당하 조심성은 생명록 있는 어른을 마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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