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도서리뷰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도서리뷰하현 작가님의 에세이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영풍문고 분당점에서 책을 한권만 고르자 하고 30분 가량 이 책 저책 찾아보는 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라는 책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뭔가 약속 시간이 다가오거나 할 때 상대방이 취소하거나 미뤄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기 싫은 건 아니고 막상 만나면 잼있게 시간을 보내겠지만 약속이 취소되면 뭔가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 작가님의 책이 마음에 들어 또 읽게된 작가님의 다른 에세이입니다.
책일 읽으며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은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나에게는 그런 일상이 글의 소재가 될 수도 있을까) 하는 내용들을 조곤조곤 쓰셔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오히려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일상도 글로 남겨보겠노라 다짐해봅니다. 계획은 세웠으나 지킬지는 모르겠지만요.
책속의 한문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느리게 걸으며 생각했다. 꽃이란 건 정말 근사한 사치라고. 아름답고 연약해서 순수를 닮았다고. 며칠간 소중히 돌볼 것이 생겨 기쁘다. 꽃 한 송이 덕분에 방안이 온통 수줍다.
연휴를 핑계로 안부 인사를 건네려다 멈칫. 반가움보다 크게 느껴질 어색함이 눈에 선해 메시지 대신 일기를 쓴다. 멀어진 거리를 실감하고 싶지 않아서. 각자의 바다에서 우리 또 열심히 헤엄치다가 언젠가 우연처럼 마주치기로 해. 그때의 우리를 아직 기억하고 있어.
내가 원했던 건 낯선 공기가 주는 청결함이었다. 그 무렵의 나는 나를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지쳐 있었다. 그들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굴었다. 그게 너무 싫었지만 나도 종종 그들을 그렇게 대했다. 우리는 직접 보고 들은 만큼만 서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빈약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를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착각에 가까웠다. 내가 본 그의 모습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건 게으른 우리에게 너무도 성가신 일이었으므로. 알지 못하고 알 수 없으며 때로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우리 밖의 너와 나. 그걸 부정한 채로 많은 관계를 지속했다.
우리는 더 많은 소설을 읽으며 더 많은 타인이 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함부로 말하지 않기 위해. 세상은 무수히 많은 주인공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특별하고 대단해 보였던 무언가가 사실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상사가 회사 밖에서는 그저 네 살짜리 아이의 아버지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최신형 스마트폰을 결국 손에 넣었지만 전에 쓰던 기종과 별 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특별할 줄 알았던 스무 살 여름이 아무런 일도 없이 평범하게 지나갔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왠지 서글펐고, 서글픈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안도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도 특별할 수 없겠지. 각자의 삶에서 우리는 가장 특별하고, 또 가장 평범하다. 가끔은 다행이고 가끔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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